오늘 헤드라인은 삼성전자인데, 지난 열흘 1등은 건설이었습니다
오늘 뉴스만 보면 시장의 주인공은 다시 반도체 같습니다. 삼성전자가 4.13% 올라 23만9천500원에 마감했으니까요. 그런데 지난달 31일 이후 오늘까지 코스피에서 제일 많이 오른 업종은 반도체가 아니라 건설(+33.65%)입니다. 같은 기간 전기/전자는 14.65%, 시장 평균에 겨우 턱걸이했고요.
오늘 나온 뉴스 다섯 개를 한 줄로 꿰면 이런 문장이 됩니다. "반도체가 너무 잘돼서 금리가 오른다." 그리고 저는 오늘의 진짜 이야기가 순환매가 아니라 이 금리 쪽에 있다고 봅니다. 이유를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수출·금리·환율·순환매, 오늘 하루에 다 나왔습니다
2분기 수출액이 2천755억 달러, 1년 전보다 57.3% 늘어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전기전자만 1천604억 달러로 전체의 58%. 상위 10대 기업 무역집중도는 55.3%로 역대 최고입니다. 한 나라 수출의 절반 이상을 열 개 회사가 지고 있다는 뜻이죠.
같은 날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특별한 경기 충격이 없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이번 물가 압력은 유가 같은 공급 충격이 아니라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압력이라, 폭은 작아도 오래 갈 거라는 진단이었습니다.
채권시장은 바로 반응했습니다. 국고채 10년물이 4.301%(+6.2bp), 30년물 4.666%, 50년물 4.563%로 발행 이후 사상 최고를 경신했습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1,416.0원으로 10개월 만에 최저. SK하이닉스 ADR 상장 자금을 필두로 달러 매도가 이어진 영향입니다. 그 사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쉬는 동안 코스닥이 33% 넘게 튀어올랐고요. (이상 연합뉴스 등 보도)
같은 금리 상승이라도 2022년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금리가 오른다고 하면 반사적으로 2022년이 떠오릅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대에서 3.25%까지 밀어 올리던 그해, 코스피는 25% 가까이 빠졌죠. 그런데 그때 금리를 올린 이유는 전쟁발 유가·곡물값이었습니다. 경기는 죽는데 물가만 오르는, 최악의 조합이었어요.
지금은 반대입니다. 방이 더워진 이유가 난방이 아니라 사람이 많이 모여서라면, 에어컨을 트는 게 나쁜 신호일까요? 오늘의 금리 상승은 그런 종류입니다. 돈의 논리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 수출 +57%는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늘었다는 뜻 — 환율 하락(원화 강세)의 진짜 연료입니다.
- 원화가 강해지면 수입물가는 내려가지만, 부총재 말대로 1,400원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물가 상방 압력은 남습니다.
- 근원물가가 수요 때문에 오르면 한은은 멈출 명분이 없습니다 → 인상은 1회로 안 끝납니다.
- 단기물(3년 3.808%)보다 30년·50년이 8bp씩 더 튄 건 '금리가 오래 높게 유지된다'에 시장이 베팅했다는 신호입니다.
- 장기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의 이익을 당겨 평가받던 성장주가 불리하고, 지금 당장 현금이 도는 업종이 유리해집니다.
- 외국인은 오늘 국채선물 3년물 4,374계약을 순매도하면서 현물 주식은 442억원 순매수했습니다. 채권에서 빼서 주식으로, 방향이 갈렸습니다.
수출로 버는 곳, 금리로 버는 곳
삼성전자
2분기 전기전자 수출이 109.8% 늘어 1천604억 달러를 찍었다는 통계가 오늘 주가 급등의 근거였습니다. 실적 모멘텀 자체는 흔들린 적이 없다는 게 확인된 셈이죠. 다만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 원화 환산 실적에는 역풍입니다.
저는 그래도 이쪽에 무게를 둡니다. 환율 몇십 원 차이보다 수량이 57% 늘어난 힘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1,300원대로 빠르게 내려가면 이 판단은 다시 봐야 합니다.
SK하이닉스
오늘 0.35% 오르는 데 그쳤지만, 이 회사는 오늘 주식시장보다 외환시장에서 존재감이 더 컸습니다. ADR 상장 자금이 달러 매도로 나오면서 환율을 10개월 최저로 끌어내린 축이었으니까요. 한 종목의 자금 조달이 나라 환율을 움직이는 그림, 흔치 않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 물량은 유한합니다. ADR 관련 달러 매도가 마르는 순간 환율 하락 압력도 약해집니다. 저는 하이닉스 자체보다 이 수급이 언제 끝나는지를 환율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KB금융
그럼 금리가 오르니 은행주는 앉아서 돈을 벌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대마진은 넓어지지만, 인상 사이클 후반에는 늘 연체율과 부동산 PF가 따라옵니다. 오늘도 산업은행에서 583억원 규모 사기 혐의 금융사고가 공시됐죠.
그럼에도 저는 금리 인상이 '여러 차례' 이어진다는 시나리오에서 은행이 가장 단순하게 이기는 업종이라고 봅니다. 이야기가 복잡하지 않다는 게 지금 국면에선 장점입니다.
건설·중소형주 — 순환매의 주인공
열흘 만에 33% 오른 건설은 솔직히 실적이 좋아져서 오른 게 아닙니다. 유진투자증권 이준영 연구원 표현대로 "주도주 부재의 반사이익"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금리 장기물이 사상 최고라는 건 건설·부동산에 그리 반가운 배경이 아니고요. 저는 이 랠리를 추격하지 않는 쪽입니다.
거래대금이 39% 줄었다는 숫자가 마음에 걸립니다
순환매가 예뻐 보이지만, 밑바닥 숫자는 다른 말을 합니다. 코스닥 거래대금 비중은 7월 평균 10%에서 이달 10일 27%까지 올랐는데, 정작 시장 전체 거래대금은 7월 대비 39% 줄었습니다. 돈이 새로 들어와서 코스닥이 오른 게 아니라, 남은 돈이 좁은 데로 몰린 겁니다. 파이가 커진 게 아니라 접시를 바꾼 거죠.
공포지수도 아직 편한 수준이 아닙니다. VKOSPI가 오늘 11% 넘게 급락했다지만 여전히 61.68입니다. 평시의 세 배가 넘는 자리에서 '안정을 찾았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이럴 때 소외주 급등을 추격하면 되돌림도 그만큼 빠릅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가 깨지는 조건 하나. 오는 8월 27일 한은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이 하향되거나 근원물가 경로가 낮아지면, '인상이 여러 차례 이어진다'는 전제부터 무너집니다. 그러면 오늘 사상 최고를 찍은 장기물 금리는 되돌려지고, 제가 위에서 짠 수혜·피해 구도도 같이 흐트러집니다. 부총재 본인도 "27일 전망을 더 유심히 보라"고 했죠. 저도 그날까지는 결론을 반쯤 열어 두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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