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팔고, 기관과 외국인은 샀던 하루
오늘 코스피가 3.56% 오르는 동안, 정작 개인투자자는 1조6천574억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반등한 날 제일 많이 판 사람이 개인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저는 오늘 뉴스의 핵심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반등했다"가 아니라 "누가 팔고 누가 샀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답 안에 이 반등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힌트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 숫자로 정리하는 시장
코스피는 21일 전장보다 231.68포인트(3.56%) 오른 6,747.95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6월19일 고점(9,385.59) 대비로는 여전히 약 28% 낮은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6.15% 오른 25만9천원, SK하이닉스는 4.08% 오른 183만6천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저가매수세와 함께 간밤 미국 반도체주 반등 분위기가 이어진 결과입니다(연합뉴스 보도).
JP모간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코스피 급락의 배경을 레버리지 ETF발 디레버리징으로 지목하며, 청산 작업이 약 75% 진행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도 1만2,500으로 유지했습니다. 반면 씨티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1년 만에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습니다(연합뉴스 보도).
이재명 대통령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책의 신속한 시행을 지시하면서 금융위원회는 8월 시행 예정이던 대책의 일부를 앞당기기로 하고 업권과 협의에 들어갔습니다(연합뉴스 보도).
한편 SK하이닉스가 미국 ADR 상장으로 조달한 265억달러(약 40조원)가 순차적으로 원화로 환전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471.1원까지 밀려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중동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격화하며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를 선언, 국내 해운주가 급등락하는 장면도 나왔습니다(연합뉴스 보도).
오늘 돈이 움직인 방향
- 레버리지 ETF 강제청산이 75%까지 진행되며 "팔 사람은 어느 정도 팔았다"는 인식이 확산 → 기관 자금이 저가매수로 들어왔습니다.
- 그런데 개인은 여전히 1조6천억원을 순매도 → 반등을 믿는 쪽과 못 믿는 쪽이 정확히 갈렸다는 뜻입니다.
- SK하이닉스 ADR 자금 환전이 원화 강세를 밀어붙이는 중 → 원자재·부품 수입 기업엔 숨통, 수출 채산성엔 부담입니다.
- 중동 확전 우려가 유가·해상운임 변수로 번지며 해운·정유 테마가 다시 꿈틀거릴 조건이 마련됐습니다.
- JP모간과 씨티의 시각이 정반대로 갈리면서, 외국인 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다시 들어올지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종목으로 보면: 반도체, 해운, 그리고 레버리지 상품을 파는 증권사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5,050억원 순매수하면서도 SK하이닉스는 4,340억원 순매도했습니다. 같은 반도체인데 외국인 시선이 갈렸다는 뜻이죠. 기관은 반도체 업종 전체에서 1조2,898억원을 사들이며 반등을 이끌었습니다. 저는 이번 반등을 "추세 전환"이 아니라 "낙폭과대에 대한 기술적 반작용"으로 무게를 둡니다. 개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한, 다음 주에도 하루 6% 오르고 하루 4% 빠지는 롤러코스터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해운주 (흥아해운, STX그린로지스)
흥아해운은 개장 직후 17% 넘게 튀어 올랐다가 결국 2.69% 상승으로 마감했고, STX그린로지스는 한때 27% 급등했다가 오히려 3.62% 하락 마감했습니다. 후티의 홍해 봉쇄 선언이 진짜 원유 공급 차질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적인 뉴스 트레이딩만 일어난 셈입니다. 저는 이 구간에서는 추격매수보다 관망 쪽에 무게를 둡니다. 실적이 바뀐 게 아니라 헤드라인이 바뀐 것이기 때문입니다.
레버리지 ETF를 파는 증권사
기본예탁금 강화, 매매단위 확대, 신규 상장 중단 같은 규제가 앞당겨질수록 레버리지 ETF 관련 거래대금과 수수료는 단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저는 이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 회복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지금 당장 증권주에 악재로 반응할 이유는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투자자로서 지금 봐야 할 것
지금 코스피는 세일 마지막 날 백화점 같습니다. "다 팔렸다"는 소문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정작 계산대 앞에 줄 선 사람(매수 주체)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과 외국인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그럼 지금 따라 사도 될까요? 저는 지수 전체를 따라가기보다는, 오늘처럼 외국인·기관과 개인의 매매가 정반대로 갈리는 구간에서는 하루이틀 더 지켜보는 쪽을 권합니다.
2020년 3월 코로나 급락 당시엔 개인이 먼저 사고 기관·외국인이 뒤늦게 따라붙는 이른바 '동학개미' 패턴이었는데, 이번엔 정반대입니다. 기관·외국인이 먼저 사고 개인이 뒤에서 파는 그림이죠. 과거와 다른 패턴이라는 점 자체가 저는 이번 반등의 신뢰도를 낮게 보는 근거 중 하나입니다.
이 시나리오가 깨지는 조건은 하나입니다. 중동 확전이 실제로 원유 공급 차질(후티가 막겠다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최대 7%와 연결됩니다)로 이어져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금리가 다시 오르며 지금의 반등 논리 자체가 뒤집힐 수 있습니다. 그날은 레버리지 청산도, 저가매수도 소용없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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