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8.95% 빠졌다가 6.24% 튀어 오른 날
그저께(13일)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하루 만에 8.95% 빠지며 6,806선까지 밀렸습니다. 그런데 오늘(15일)은 정반대입니다. 427포인트, 6.24% 뛰면서 다시 7,284로 올라섰습니다. 이틀 사이 롤러코스터를 두 번 탄 셈인데, 저는 오늘 이 급등을 그냥 '반발 매수'로만 보기엔 뭔가 하나 더 있다고 봅니다. 바로 SK하이닉스입니다. 다만 내일(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데, 이 변수가 오늘의 흥분을 얼마나 식힐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사이 판이 뒤집힌 이유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연준의 긴축 우려가 크게 누그러졌습니다. 여기에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하루 만에 27.29% 급등한 게 결정타였습니다. 저평가 인식이 확산하며 저가 매수가 몰렸고, 국내 본주도 '키 맞추기'에 나섰습니다. (연합뉴스 등 보도)
여기에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연간 매출 가이던스까지 올려 잡았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신호로 해석됐습니다. (연합뉴스 등 보도)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6.27%, SK하이닉스는 8.83% 올랐고, 외국인이 코스피에서만 2조3천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두 달 만에 1,480원대 중반까지 내려왔습니다. 반면 한국은행은 내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릴 것이 유력합니다. (연합뉴스 등 보도)
오늘 돈이 움직인 방향
오늘 하루만 놓고 보면 돈의 흐름은 꽤 명확합니다.
- 외국인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각각 5,100억원, 6,500억원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집중됐습니다.
- 거래대금이 늘 것이란 기대감에 미래에셋증권(7.74%), 삼성증권(9.03%) 등 증권주로도 돈이 따라붙었습니다.
- 미국 긴축 우려 완화와 외국인 순매수가 겹치며 원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이는 수입물가·해외여행 비용 부담을 다시 낮추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 반대로 채권시장은 잔치 분위기에서 비켜서 있습니다. 내일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인 데다, 8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려 있어 자금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 즉 오늘의 자금은 '위험자산 선호'로 몰렸지만, 그 뒤에는 '내일 금리가 오르면 이 그림이 계속될까'라는 물음표가 붙어 있습니다.
종목별로 보면 무게가 다르게 실립니다
같은 반도체 랠리라도 종목마다 온도가 다릅니다. 나열보다는 각각 어떤 자금이, 왜 들어왔는지를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오늘 랠리의 진짜 진원지입니다. ADR이 하루 만에 27% 넘게 뛴 건 단순 저가 매수를 넘어,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스토리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실제로 한 해외 투자은행은 이날 SK하이닉스 ADR 목표주가를 330달러로 제시하며 이유로 메모리 공급 부족을 짚었습니다. 저는 이번 반도체 강세가 이틀 전 폭락과는 결이 다르다고 봅니다 — 그날은 공포에 의한 투매였고, 오늘은 실적과 수급이 같이 받쳐주는 상승이라서요. 다만 SK하이닉스가 3거래일 만에 이 정도로 튀었다는 건, 다음 주 조정이 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는 한 박자 늦게, 그리고 상대적으로 얌전하게 따라 올랐습니다(6.27%). 13일 급락 때 10% 넘게 빠졌던 만큼 이번 상승은 '반사이익' 성격이 큽니다. 외국인은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오히려 소폭 매도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저는 삼성전자를 이번 랠리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하이닉스가 오르니 같이 오른' 조연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게중심은 하이닉스 쪽에 더 두고 있습니다.
증권주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
지수가 급등하면 거래대금이 늘 것이란 기대로 증권주가 함께 오르는 건 익숙한 패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랬습니다. 다만 이건 반도체 실적처럼 구조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오늘 장이 뜨거웠다'는 데서 나온 단기 트레이딩 성격이 강합니다. 내일 이후 시장이 다시 잠잠해지면 가장 먼저 식을 수 있는 쪽도 증권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될까요? 저는 증권주는 오늘 같은 급등일에는 따라가되, 다음 날까지 들고 가는 건 조심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채권시장 (금리에 민감한 자산)
오늘 주식시장의 축제와 달리 채권시장은 내일 한은 금통위를 앞두고 조용히 긴장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25bp 인상은 거의 확실시되지만, 관심은 그 다음입니다. 한은이 8월 추가 인상까지 시사하면 채권금리는 다시 오르고(가격은 내리고) 대출금리에 물린 자산 — 특히 부동산, 고금리 부담이 큰 성장주 — 에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의 증시 랠리와 내일의 금리 인상을 별개로 보지 않습니다. 미국 긴축 우려가 누그러진 덕에 한은도 숨통이 트인 것이고, 그 덕분에 오늘 같은 랠리가 가능했다고 보는 쪽입니다. 다만 한은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신호를 내놓으면, 오늘의 온기가 하루 만에 식을 수도 있습니다.
과열은 아닌지, 그리고 내일 뭘 봐야 할지
지금 반도체·증시 분위기는 세일 마지막 날 백화점 같습니다. 다들 '지금 안 사면 놓친다'는 조급함에 몰려드는데, 정작 마지막 날 세일이 진짜 싸게 사는 건지는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압니다. 오늘 하루 매수 사이드카가 두 번(코스피·코스닥) 발동됐다는 건, 그만큼 단기간에 자금이 몰렸다는 뜻이고, 이런 급등은 되돌림도 빠른 편입니다. 실제로 이틀 전엔 8.95% 빠졌었죠. 그럼 내일도 6% 오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오늘만큼의 상승 동력(ADR 급등 같은 이벤트)이 매일 나오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이 깨지는 조건은 분명합니다. 내일 한은이 8월 추가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거나, 금리 인상 후 원화가 오히려 약세로 돌아서는 경우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늘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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